로고


컬럼


  • 트위터
  • 인스타그램1604
  • 유튜브20240110

연재컬럼

인쇄 스크랩 URL 트위터 페이스북 목록

바람 구두를 신은 젊은 예술인

전강옥

아름다움은 인간이 갖는 이상과 실제 현실의 일치다. 사물과 세상이 자신의 이상과 일치 할 때 미를 느끼고 일치하지 않을 때 추를 느낀다. 미를 창조하는 예술가들은 이상과 현실의 간극을 가장 예민하게 느끼는 사람들이다.

예술인을 꿈꾸던 한국예술종합학교(한예종) 학생 4명이 최근 5개월 사이 잇달아 목숨을 버렸다. 자신의 이상과 너무 동떨어진 현실의 추함을 민감한 젊은이들은 더 이상 견딜 수 없었을지 모른다.

예술 학도들이 느끼는 분노공화국>
총학생회는 총장에게 사과와 재발 방지 대책마련을 촉구했다. 학교 측에서도 상담실 확충 같은 여러 가지 방안을 제시하며 대책 마련에 나서고 있다.

하지만 학교와 학생들의 힘만으로 해결 방안을 찾아 낼 수 있을 문제가 아니다. 문제는 미래가 보장 되지 않는 학교 밖 예술계의 현실이다. 한예종 학생들은 학우의 죽음이 예술가로서의 불안정한 미래에 대한 두려움 때문이라고 말한다.

어느 신문에서는 '인생이란 원래 공평하지 못하다. 그런 현실에 대해 불평할 생각 말고 그냥 받아들여라'고 한 빌 게이츠의 말을 인용해 청년 실업과 예술인의 불합리한 경제 상황을 회유하려 든다. 우리 사회가 어떻게 분노 공화국이 되었는지 알게 해주는 시각이다.

우리 사회는 젊은 예술 학도들에게 지금보다 더 나은 미래 환경을 만들어 줄 수 있는 역량이 있다. 하지만 우리는 자신의 이익 추구에 매몰되어 주위를 돌아볼 이유를 찾지 못한다.

사회의 무관심 속에 방치된 예술인 복지법과 문화 예술에 투자하는 기업들에게 세금을 감면해 주는 메세나법이 실현된다면 젊은 예술가들에게 큰 언덕이 될 것이다. 많은 예술인들이 대학의 강사를 하고 있는 만큼 강사 월급을 현실화 하는 방안도 절실하다. 한나라당 김세연 의원에 의하면 국·공립대의 전임교수와 시간강사에 대한 학생들의 강의 만족도는 비슷하지만 연봉은 12배 차이가 나는 것으로 조사되었다. 공공미술작품의 설치 범위를 확대하거나 문화센터를 더 많이 설립해서 예술인들의 일자리를 만들어 내는 것도 필요하다.

미술품에 투자되는 자본이 국내 작가들에게 유입되도록 관심을 갖는 것도 중요하다. 국내 자본은 대부분 외국작가 작품 구입에 투자 될 뿐 국내 작가는 외면한다. 9월에 열린 국내 간판 미술시장인 한국국제아트페어에서도 이 현상은 어김없이 나타났다. 판매 실적이 부진한 와중에도 팔린 작품은 대부분 외국 작가 작품들이었다.

플라톤은 '향연'에서 '우리가 그것을 위해 살만한 가치가 있는 어떤 것이 존재한다면 그것은 미를 관찰하는 것이다'고 했다. 미를 관조하고 향유할 수 있는 사회야 말로 성숙한 사회다. 그런데 미를 만드는 예술인들이 사회의 잉여 인간으로 취급되는 사회는 천박하다. 이렇게 저속한 사회에서 예술가들은 불행하고 고통스럽다.

미래의 근원 되도록 도와줘야
'바람 구두를 신은 시인' 이라 불렸던 랭보는 시인이 되면서 이렇게 말한다. '한 인간으로 사는 것으로 만족할 수 없었어요. 전 모든 사람이 되기로 마음먹었죠. 천재가 되기로 작정했어요. 미래의 근원이 되고 싶어요.'

예술인으로 희망을 찾지 못한 여린 학생들이 바람처럼 떠나갔다. 하지만 그들은 우리 사회에 분명 의미 있는 미래의 근원이 될 것이다. 예술인도 행복한 사회, 예술인들이 그들의 이상을 이루는 사회, 미의 가치를 인정하는 성숙한 사회가 되는 길목에 그들의 고뇌가 서려있었음을 기억하게 될 것이다.

- 한국일보 2011.10.21
http://news.hankooki.com/lpage/opinion/201110/h2011102021003324370.htm
<<

하단 정보

FAMILY SITE

03015 서울 종로구 홍지문1길 4 (홍지동44) 김달진미술연구소 T +82.2.730.6214 F +82.2.730.9218