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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rt & BIZ] 도자기로 마카오 석권한 카지노 제왕

김순응

에리히 프롬의 주장처럼 사랑도 기술이라면 카지노 제왕 스티브 윈은 미술 사랑에 관한 최고의 기술자다. 어설픈 순정 주의자들이 보기에 스티브 윈의 미술사랑은 지독히 타산적이고 이기적이다. 그는 미술로 마케팅을 하고 장사를 하고 정치를 한다. 그러나 그의 사랑은 나름의 방식으로 변함없이 지속되고 있다.

스티브 윈은 라스베이거스 최고의 카지노 리조트 윈 라스베이거스의 주인으로 2004년에 윈 마카오를 열어 아시아로 진출했다. 윈은 지난 7월 크리스티 런던 경매에서 청나라 7대 황제 가경제(嘉慶帝) 때의 도자기 네 점을 1280만달러(약 140억원)에 낙찰받았다. 그는 이 도자기를 2015년에 마카오 코타이 지역에 오픈할 예정인 코타이 리조트에 전시할 것이라고 발표했다. 이것은 고도의 정치적 계산이 깔린 도박이었다. 코타이 지역에 대한 카지노 사업은 미국의 MGM그룹과 홍콩의 카지노 재벌 스탠리 호 역시 인가 신청을 해 놓은 상태였다. 미·중 관계의 긴장 때문에 더 이상 미국 기업에 혜택을 줄 수 없다는 베이징의 기류를 외면할 수 없는 마카오 정부는 사업자 결정을 오랫동안 늦춰오고 있었다. 이런 미묘한 상황에서 지난 9월 12일자 파이낸셜 타임스는 윈 마카오가 마카오 정부와 코타이 토지 임대계약을 체결했다고 발표했다. 윈의 도박이 성공한 것이다.

윈은 처음 마카오에 진출할 때도 중국 도자기를 앞세웠다. 2006년 명 태조 홍무제(洪武帝, 朱元璋) 때 도자기를 홍콩 크리스티 경매에서 1000만달러에 구입해 마카오 정부에 기증했다. 이 작품은 지금 마카오 박물관에 전시되어 있다. 윈은 당시 이렇게 천명했다. '윈 마카오는 중국 회사다. 나는 앞으로 약탈당한 중국의 문화재를 중국에 되돌려 주는 데 신명을 다할 것이다.'

도박업을 하다 35만달러의 빚만 남겨놓고 죽은 아버지의 한을 품고 1967년에 무일푼으로 라스베이거스에 입성한 윈은 카지노에 엔터테인먼트를 결합시킨다는 아이디어 하나로 도박과 죄악의 도시를 가족형 종합오락도시로 변모시키면서 성공 신화를 써 갔다. 라스베이거스의 번영이 절정에 이른 2000년에는 그간 그가 공들여 일으켜 세운 골든 너깃, 미라지, 트레저 아일랜드, 벨라지오를 모두 MGM그룹에 팔아넘기곤 윈 라스베이거스라는 거대 왕국을 새롭게 건설했다. 그리고는 마카오로 발걸음을 옮겨 속편의 신화를 쓰고 있는 것이다.

1996년부터 본격적으로 미술품을 수집하기 시작한 윈은 세계 10대 개인 컬렉터에 꼽힌다. 그는 렘브란트, 터너, 고흐, 고갱, 피카소 등의 명작을 소장하고 있다. 그는 미술품 장사에도 탁월해 아트 딜러로도 불린다. 1998년에는 뉴욕의 유명한 딜러 아카벨라로부터 7점의 작품을 5000만달러에 사들여 여기저기 한 점씩 쪼개 팔아 단기간에 거의 100% 수익을 남긴 것으로도 유명하다. 2006년에는 피카소의 '꿈(Le Reve)'을 헤지펀드 매니저이자 세계적인 컬렉터인 스티븐 코헨에게 1억3900만달러에 팔기로 합의했다가 자기 팔꿈치로 이 작품에 동전만 한 구멍을 내는 실수를 저지르는 바람에 무산되고 말았다. 이 작품은 1997년에 4840만달러에 구입했던 것이다. 1998년에는 그의 컬렉션으로 윈 갤러리를 열어 카지노 홍보에 짭짤한 재미를 보았으나 돈이 되지 않자 2009년 문을 닫고 롤렉스 숍으로 바꿨다.

최근에는 데미안 허스트의 '신의 사랑을 위하여(For the Love of God)'가 윈 라스베이거스에 걸릴 것이란 기사가 떴다. 이 작품은 인간의 두개골 형상에 8061개의 다이아몬드를 박아 만든 것으로 2007년에 1억달러에 팔렸으며 구입처는 작가를 포함한 컨소시엄이라고 발표했으나 미술계의 누구도 믿지 않는 눈치였다. 미술사업과 카지노사업의 귀재가 만나 카지노를 찾는 노름꾼들에게 '신의 사랑'을 빌어준다면 과연 효험이 있을까?



-조선일보 2011.10.8~9
http://biz.chosun.com/site/data/html_dir/2011/10/07/2011100701178.htm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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