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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주 한옥마을과 태조 이성계

김영원

바람에 부딪히며 아름다운 자연을 찾고 싶은 가을이다. 자연의 풍요로운 아름다움에 인간의 창의와 소신이 더해진 수많은 예술작품들이 동서양에 전해 온다. 그 가운데 한옥이 있다.

한옥은 하나 하나가 아름답기도 하지만, 여러 채가 모여 만들어내는 지붕과 처마의 조화는 주체할 수 없는 감성과 찬탄을 자아내게 한다. 경복궁 창덕궁과 같은 궁궐 건축에는 장엄함이, 일반 건축에는 다정함이 응축돼 있다. 공통점은 기와집이건 초가집이건 건축물 자체에서 선율이 느껴진다는 것이다. 기와나 초가의 곡선과 곡면이 어우러지면서 만들어내는 음악적 파장이 시공 너머로 퍼져나가는 듯하다.

한옥의 정취는 충남 아산 외암마을과 전남 순천 낙안읍성 등지에서도 고스란히 느껴진다. 이런 곳에는 조선 시대 마을이나 읍성 구조가 잘 남아 있기 때문에 조선시대로 시간여행이 가능하다.

이와는 좀 다른 성격을 띤 곳이 전주에 있는 한옥마을이다. 전통과 현대가 공존하기 때문에 요즘 사람들에게는 더 친근한 매력으로 다가온다. 더욱이 그 중심에는 경기전(慶基殿ㆍ사적 3339), 전주향교(사적 379), 오목대(전북기념물 16) 등이 있어 역사적으로도 비중이 크다.

전주와 조선왕실 간 관계는 태조가 건국 직후 자기 태실을 완산부(完山府)로 이전한 때로 거슬러 올라간다. 그리고 경기전은 1410년(태종 10)에 전주 사람들 요청에 따라 창건됐고, 경기전 진전(眞殿)에 태조 초상화(태조 어진)를 모셨다. 경기전에서는 어진을 보관하면서 의례를 행했고, 그 건축 구조는 조선 초기 구조를 보여 주는 유일한 진전이다. 태조 어진 역시 태조 모습을 전하는 단 한 점의 작품이다.

최초의 태조 어진은 태조 서거 후 2년째 되는 1410년에 처음 그려졌다. 그런데 450여 년이 지나 낡게 되자 1872년 원본을 그대로 베꼈다. 이 1872년 작품이 현재 태조 어진이고, 지금은 별도 전시관에 소장돼 있다.

조선시대에 어진은 곧 왕 자신이었다. 숙종 때 태조 어진을 모사하기 위해 한양에 모셔올 때에도 왕은 실제 태조를 마주 대하듯, 어진이 한양에 도착할 때와 전주에 되돌아 갈 때 직접 마중과 배웅을 했다. 그러니 조선시대에 어진을 모신 경기전은 일반인이 쉽게 갈 수 있는 곳이 아니었다.

이런 경기전과 태조 어진이 갖는 역사적 중요성과 가치는 전주 한옥마을 위상을 한껏 드높인다. 더욱이 영조는 경기전에 조경묘(肇慶廟)를 세우고 시조 위패를 모셨다. 전주에 대한 조선왕실의 관심과 후원은 고종황제 때에도 지속돼 1899년(광무 3) 5월 전주 이씨 시조인 이한(李翰) 묘소에 조경단을 조성하고 제사를 지내며 성역화했다.

전주에서 일어난 이 같은 일련의 역사적 사건들을 보면 태조와 그 이후 왕들은 전주를 조상의 땅, 본향(本鄕)이라고 간주했다. 또 왕이 권위를 세우고 세력을 다지기 위한 근거지로도 삼았다.

전주 한옥마을 경기전에는 지엄하신 태조가 계시다. 엄격하고 강렬한 모습이다. 또 전주향교는 1410년(태종 10) 경기전 근처에 건축됐으나 1603년(선조 36) 현재 위치로 이전됐다. 건물이 단정하고 정원이 고즈넉하며, 조선 초부터 오랫동안 이어오는 전통의 학풍이 감지되는 곳이다. 그리고 100년이 넘은 전동성당(사적 288)에서는 전례를 행하고 있다. 이처럼 전주 한옥마을은 조선 초부터 말까지 역사를 압축해 놓은 듯하다.

향교 앞, 길 건너에는 개천이 흐르고 그 주위에 억새풀이 한껏 펼쳐져 있다. 간간이 부는 바람에 억새풀이 일렁거리고, 파란 하늘과 누런 억새풀의 조화는 눈을 시리게 한다. 그 사이 산책길로 사람들이 걸어간다. 전주 한옥마을은 싱그럽고 아름다운 풍경과 중후한 역사가 묘하게 어우러진 곳이다.

-매일경제 2011.10.14
http://news.mk.co.kr/newsRead.php?year=2011&no=66685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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