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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론] 급성장하는 홍콩 미술시장

이재경

세금의 힘은 상상을 초월한다. 한 개인, 한 기업을 하루아침에 신용불량자ㆍ부실기업으로 만들어버릴 수도 있고 어떤 시장을 살릴 수도, 죽일 수도 있다. 미술시장도 세금의 힘을 시험하는 기로에 서 있다.

미술품에 대한 양도소득세 과세 문제는 정부가 지난 2009년 미술품을 거래할 경우에도 부동산 거래 때와 마찬가지로 양도차익에 세금을 물리겠다는 과세정책을 발표, 뜨거운 쟁점으로 부상했다. 당초 올해부터 미술품에 양도세를 부과하려던 정책은 시행시기가 2년간 유예됐지만 과세가 미술시장에 미치는 파장이 워낙 클 수 있어 아직도 활화산처럼 뜨거운 논쟁이 벌어지고 있다.

1년새 거래액 2배 넘게 성장

미술품에 대한 양도세 과세를 찬성하는 측은 조세형평의 원칙상 고가 미술품 양도차익에 과세해야 한다고 주장한다. 과세 찬성론자들은 대부분의 선진국에서 미술품에 대해 과세하고 있다는 점을 근거로 든다. 아울러 최근 세간에 불미스럽게 불거졌던 사건들처럼 미술품이 뇌물 등 각종 부정한 거래에 악용되거나 대기업의 비자금 조성에 음성적으로 기여했음을 볼 때 미술시장의 투명한 거래를 확립하기 위해서는 미술품 거래에도 양도소득세 제도를 도입해야 한다고 주장한다.

반면, 미술시장 과세 반대론자들은 미술품 구매자들에게 세금 부과가 큰 부담으로 작용하게 되고 미술품 구매가 주춤하면 화가들의 창작활동에도 나쁜 영향을 미친다는 점을 기본적인 논거로 든다. 아울러 국내 주식시장도 자본시장 육성 등을 이유로 아직 양도차익에 과세하지 않고 있다는 점, 미술품 양도소득세 예상 세수가 약 10억원에 불과해 과세하더라도 조세로서의 실효성이 의심스럽고 미술품 거래현황을 정확히 파악할 수 없어 공평 과세가 현실적으로 불가능하다는 점, 미술품에 대한 양도세 과세가 오히려 미술품 유통의 음성화와 갤러리들의 탈세를 부추길 것이라는 지적에 귀를 기울일 필요가 있다.

여기서 우리는 홍콩의 미술시장에 주목할 필요가 있다. 최근 홍콩은 아시아 최고의 미술시장으로 각광받고 있다. 홍콩의 미술품 거래액은 지난해 55억홍콩달러(한화 약 8,185억원) 규모로 2009년의 2배가 넘는다.

10여년 전까지만 해도 우리나라와 별다른 차이가 없었던 홍콩의 미술산업이 이렇게 급성장한 비결은 뭘까. 무엇보다도 홍콩 미술시장에는 세금이 거의 없다. 그로 인해 많은 컬렉터들이 홍콩 미술시장으로 몰려왔다. 물론 현대 미술에 대한 중국 부호들의 수요와 중국의 무거운 조세정책도 한몫 했겠지만 근본적으로는 홍콩이 헌법적 차원에서 보장하는 낮은 세금 정책이 미술시장의 성장에 큰 기여를 했다.

이런 사정을 고려할 때 열악한 국내 미술품시장에 대한 성급한 과세는 자칫 국내 미술시장의 침체만 초래할 수 있다. 물론 음성적인 미술품 거래 방지나 조세 공평부담 차원에서 과세가 필요하다는 주장이 설득력이 없는 것은 아니다. 하지만 우리는 나무보다 숲을 봐야 한다. 과세정책을 입안할 때 지엽적이고 가시적인 성과만 볼 것이 아니라 거시적으로 봐야 한다.

우리도 시장·인프라 확충해야

아직 우리나라의 미술품 거래시장 규모와 인프라는 유럽ㆍ홍콩 등 미술시장 선진국에 비하면 걸음마 단계다. 미술작가의 사업자등록, 경매시장의 자료 보고ㆍ제출 의무화, 관세청과 조세조약을 이용한 과세자료 수집 등 과세를 위한 전제조건들도 아직 미흡하다.

궁극적으로 우리나라에서도 미술품 양도차익에 대한 과세가 시행돼야 하겠지만 미술관을 중심으로 미술시장의 인프라가 갖추어지기 전까지 과세 시기는 최대한 늦추고 세율도 시장친화적으로 낮춰야 한다. 어느 유행가 가사처럼 별들이 소곤대는 홍콩의 밤거리는 아름답다고 했다. 우리나라 미술시장에서도 스타 작가들의 작품이 반짝이는 홍콩의 아름다운 밤을 꿈꾸고 싶다.<-서울경제 2011.10.14
http://economy.hankooki.com/lpage/opinion/201110/e2011101318362696930.ht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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