로고


컬럼


  • 트위터
  • 인스타그램1604
  • 유튜브20240110

연재컬럼

인쇄 스크랩 URL 트위터 페이스북 목록

청주국제공예비엔날레와 한국 공예

곽태영

올해로 일곱 돌을 맞은 ‘2011 청주국제공예비엔날레’가 지난달 21일 개막했다. 10월 말까지 열리는 이번 비엔날레는 공예의 위상과 가능성을 우리에게 묻고 있다. 체육관과 천막 아래에서 진행됐던 과거 행사에 비해 옛 연초 제조창을 중심으로 아트 팩토리로서의 장소적 효용성과 활용에 대한 새로운 실험을 하고 있다. 성공적인 키워드를 제공하고 있다고 본다.

한국에서 열리는 크고 작은 수백 개의 축제 중에서 성공한 축제는 많지 않다. 더구나 지역을 벗어난 국제적인 테마 축제는 청주국제공예비엔날레를 비롯해 손에 꼽을 정도다. 2년마다 열리는 미술과 디자인 관련 비엔날레는 전문성과 문화적 연대감을 중심으로 열리기에 일반 축제와는 확연히 다른 가치를 갖고 있다.

이번 청주국제공예비엔날레는 ‘유용지물’이라는 캐치프레이즈 아래 공예와 디자인의 융합, 생활 속 공예, 산업 적용 확산에 주력한다는 목표를 설정하고 대중화와 볼거리를 중심으로 마련했다. 21세기의 공예적 가치는 산업과 생활에 밀착된 라이프스타일에 있기 때문이다.

그럼에도 올해 프로그램은 그동안 계속돼 온 초대국가관과 국제공모전을 제외한다면 본전시의 주제 설정부터 미흡한 출발이 되지는 않았는지, 볼거리 위주의 공연장이 되어가진 않았는지 되돌아보고자 한다.

생활 속 공예로 많은 볼거리 제공

이번 비엔날레를 계기로 그동안 열렸던 전시의 점진적 발전, 공예의 세계성과 한국 공예의 미래에 대한 공감대 제시에 얼마나 새로운 비전을 보여주었는지 살펴보아야 한다. 비엔날레의 고유 가치는 젊은 작가를 발굴하고 세계적 공예 흐름을 조망해 국내 공예가는 물론이고 국제적인 네트워크를 통해 공감대와 가치 형성을 이뤄 새로운 공예적 질서를 창출하는 것이기 때문이다.

청주의 공예 인프라 조성은 이제 시작 단계이지만 그 가능성은 비엔날레의 전통성과 함께 무게를 더하고 충분한 필요충분조건을 가질 수 있다는 것에 주목해야 한다. 축제는 지나면 잊히지만 명품과 명작은 기억되기 때문에 상설 전시관을 통해 늘 시민에게 공예의 삶을 함께할 수 있도록 해야 한다.

지역 경쟁력과 함께 문제가 되는 것은 한국 공예계 종사 자원의 두께가 그리 두껍지 못하다는 것이다. 따라서 몇 회를 거듭하다 보면 현실의 한계에 부닥치는 것을 부정할 수는 없다. 그것이 공예문화의 폐쇄성으로 작용해서는 안 되며 끊임없이 변화하는 모습을 보여주는 국제성만이 비엔날레의 미래를 열어줄 것이다.

이제 상설관 설치를 계획하고 조직위가 매너리즘에서 벗어나 활성화될 중요한 시기를 맞이하고 있다. 전문화된 인력 구조로 개편하고 상설 작품에 대한 체계적 관리를 할 필요가 있다. 국제화 작업을 위해서는 체계적인 청주 공예컬렉션의 운용이 필요하고 궁극적으로는 세계공예박물관의 모태를 마련해야 할 것이다.

공예 강국(强國) 평가에서 역사가 오랜 나라의 전통인지, 현대적 의미의 공예 흐름을 중심으로 할 것인지 어떤 하나의 기준으로만 판단할 수는 없다. 유행하는 디자인 트렌드, 전통성, 예술성이 다양한 양상으로 나타나기 때문에 이분법적 논쟁 같은 단절이 아니라 조화와 어울림 속에서 윤택한 공예의 라이프스타일을 제시해야 한다.

다양한 나라의 공예를 한 번에 보여주는 전시도 중요하지만 이탈리아와 캐나다에 이은 이번 초대국가관의 핀란드 테마 전시는 스칸디나비아의 공예를 통해 세계 공예의 흐름을 조망할 수 있는 소중한 기회라고 생각한다. 핀란드는 유럽의 변방에서 지역적 특수성을 극복하고 세계적인 디자인 공예의 질서를 구축했다.

그동안 양(量) 위주의 다양함 속에서 다소 산만했던 행사가 질(質) 위주로 변화된다는 것, 즉 백화점 식에서 전문점 형태로 전환되어 가는 세계 공예비엔날레의 흐름이 이번 청주국제공예비엔날레에는 어떻게 반영돼 평가될 것인지 궁금해진다. 공예의 정체성을 담보하면서 비엔날레의 전시 기획력을 높여 더욱 좋은 전시회로 발전시키고 차별성을 갖게 하는 공감대를 형성하는 것이 숙제로 남는다.

요즘 문화행사는 모둠 행사보다는 하나의 테마를 전문화하는 추세다. 비엔날레는 한 번에 모든 것을 보여주는 쇼와는 구분되기에 생명력 있는 로드맵을 만들어 진행해야 하고, 이슈와 고민, 미래를 열어갈 담론을 담아야 한다. 마치 수학문제의 해답 찾기 같은 게임이 아니기 때문이다. 공예문화의 정체성 확보에 주력해야 청주국제공예비엔날레의 차별성이 부각될 것이다.

상설전시관 통해 시민과 함께해야

비엔날레의 주제관 설정이나 공모전 내실화, 전시 기획의 국제화와 네트워크 형성은 그 가치의 유형화와 함께 우리가 책임을 다하고 풀어가야 하는 문제다. 이전보다 훨씬 빨리 다가올 이런 문제를 청주에서 어떻게 묶어가고 담아가야 할 것인지 자문하게 한다. 가장 중요한 것은 청주의 공예 가치에 대한 인식과 믿음이다. 그 바탕에서 바라보는 미래가 새로운 공예의 역사를 만들어갈 것이기 때문이다.

곽태영 2011 청주국제공예비엔날레 운영위원장 건국대 공예학과 교수

-동아일보 2011.10.2
http://news.donga.com/3/all/20110930/40749572/1<<

하단 정보

FAMILY SITE

03015 서울 종로구 홍지문1길 4 (홍지동44) 김달진미술연구소 T +82.2.730.6214 F +82.2.730.9218