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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91)미술, 일상으로 들어오다

김선영

최근 한 온라인 쇼핑몰의 TV 광고가 컬러풀한 색감의 그림 같은 배경으로 사람들의 눈길을 사로잡는데 성공하면서 화제를 모으고 있다. 광고의 히트로 이 온라인 쇼핑몰은 엄청난 매출 상승효과를 보았고, 특히 광고의 중독성 강한 카피 ‘쓱(슬그머니 내밀거나 들어가는 모양을 나타내는 의성어)’은 온라인 유행어가 될 정도로 폭발적인 반응을 얻고 있다. 이 광고의 남다른 영상미는 에드워드 호퍼의 작품에서 비롯되었다. 미국의 사실주의 작가 호퍼의 오마주들은 영화에서부터 사진, 잡지 그리고 광고에 이르기까지 다양한 방식으로 사람들에게 영향을 미치고 있다. 이처럼 미술이 대중의 마음속에 ‘쓱~’ 들어갈 수는 없을까? 미술작품을 더 많은 사람이 향유하고 쉽게 구매할 수는 없을까? 사실 이 질문들은 미술계에 종사하는 기획자, 작가 그리고 행정가에 이르기까지 많은 사람이 오랫동안 해오던 고민이기도 하다. 아직 대중에게 미술은 어렵고, 특히 미술품 구매는 나와는 먼 딴 세상 이야기로 인식되고 있다. 이런 상황을 해결하기 위해 지난해 문화체육관광부와 (재)예술경영지원센터는 의미있는 첫걸음을 떼었다. 바로 ‘작가 미술장터 개설 지원 사업’이다. 


‘작가 미술장터 개설 지원 사업’은 기존 미술시장 진입이나 아트페어 참가에 어려움을 겪고 있는 유망 신진작가 및 실력 있는 작가단체의 미술시장 진입을 돕는 사업이다. 전시에서 판매로 이어지는 과정에 필요한 사업비를 지원하고 기존 아트페어와 달리 미술장터를 통해 얻은 판매수익금 전액을 작가에게 전달한다. 또한 고가의 작품가로 인해 미술에 장벽을 느끼는 대중에게는 저렴한 가격으로 미술품을 소장할 기회를 제공한다. 이는 일상 속에서 미술을 누릴 수 있도록 하기 위함이다. 


굿-즈 2015, 행사 전경


교역소, 구탁소, 시청각 등 서울 시내 신생 미술 공간 15곳이 연합하여 열었던 ‘굿-즈’에는 하루 평균 1,000여 명이 넘는 관객이 찾아왔다. 작품 자체가 아니라 작품을 바탕으로 제작된 미술상품을 작가가 직접 제작해 판매하였다. 기존 상품에 작품 이미지를 덧씌우는 대량 생산형 디자인상품이 아니라 그 자체가 하나의 작품이라는 점에서 의미가 있다. 인기밴드 혁오의 앨범 이미지를 제작한 노상호 작가는 자신의 드로잉을 자르고 관람객에게 원하는 그림 조각을 선택해 2만 원에 살 수 있도록 하였다. 국립현대미술관 ‘젊은 모색 2014’에 참여했던 윤향로 작가는 개인전 드로잉 연작의 이미지를 모아 스페셜 에디션을 제작하였다. 본인의 이름을 딴 슈퍼히어로 ‘지우 맨’을 만든 장지우 작가, 자신의 영상작품에 등장하는 물체를 3D 프린터로 인쇄해 시계를 제작한 김희천 작가의 부스도 인기를 끌었다. “전시를 전시장이 아닌 다른 공간에서 작가가 자신의 작업을 더 대중적인 방식으로 설명하길 원했다”는 기획자의 말처럼 미술작품에 쉽게 다가설 수 있도록 하는 신선한 이벤트(장터)에 젊은 관객들이 몰렸다.


블라인드 데이트, 행사 전경


서울 관악구 남현동 남서울예술인마을에서는 정연두, 홍승혜, 원성원 등 중견작가와 백정기, 고재욱, 김다움 등 젊은 작가 20명이 작가의 명성이라는 이름표를 떼고 작품 자체로 승부를 건 ‘블라인드 데이트’를 열었다. “성과가 좋았다고 판단하는 부분은 작품을 구입하러 오는 사람이 대부분 일반인이었다는 점이다. 아주머니들이 집에 걸겠다고 갖다 놓는 케이스였다”고 밝힌 기획자의 말은 매우 고무적이다. 이외에도 거리로 나와 열린 공간에서 대중과 소통한 ‘K-아트 거리소통 프로젝트’, 장애인 작가의 작품을 판매한 ‘잇-장(Link Market)’ 등 전국에서 열린 10개의 미술장터에는 총 2,600여 명의 작가가 참여, 관람객 20만여 명이라는 성과를 거두었다. 사업 첫해임에도 불구하고 기대 이상의 높은 관심은 미술시장 대중화에 대한 희망의 메시지를 던져준다.


올해 ‘작가 미술장터 개설 지원 사업’은 작가들의 보다 안정적인 판로 개척을 돕기 위해 고정적인 장터 공간을 마련하여 정례화할 수 있는 새로운 방향을 모색하고 있다. 화랑, 미술관 문턱을 넘기 힘든 작가들의 용감한 실험, 그리고 이를 기꺼이 받아들이고 즐길 줄 아는 관객들 간의 희망찬 소통이 올해에도 기다려지는 이유이다.



김선영(1965- ) 연세대 건축공학과 학사, 중앙대 예술대학원 문화콘텐츠학과 석사. 한국교육방송공사(EBS) PD, 재능TV 편성제작국 국장, 동아TV 기획편성부 부장, 경기콘텐츠진흥원 산업본부장 등 역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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