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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70)공공미술 아는 만큼 보인다

최재승

강남 테헤란로를 지나다보면 포스코센터 앞에 거대한 조형물 하나가 눈에 들어온다. 포스코센터 앞에 <아마벨>은 세계적인 미술가 프랭크 스텔라(1936- )의 작품이다. 원제목은 <꽃이 피는 구조물(Flowering Structure)(1997)>이다. 진흙 속 연꽃처럼 고철로 만든 꽃송이를 표현한 작품으로 작가는 이 철로 만든 꽃을 통해 황폐한 인간성을 회복시키고 현대사회 문제의식을 메시지로 전하고자 하였다. 하지만 작가는 작품 제작 도중 비행기 사고로 사망한 친구의 딸 이름으로 제목을 바꾸게 되면서 ‘아마벨’로 불리게 된다.


프랭크 스텔라, <아마벨>, 1997


포스코(전 포항제철)는 작가에게 180만 달러에 작품 의뢰를 하게 된다. 제작기간 1년 6개월에 작품 규모는 높이 9미터, 무게 30톤의 작품은 수백 개의 금속조각을 현장에서 하나씩 조립해서 설치를 하였다. 작품을 설치하는 과정에서 해프닝도 생기는데 설치 중 고철 장수가 버린 폐철인 줄 알고 가져가 버려서 작품 일부가 분실이 되었다. 결국 경찰까지 나서서 분실된 작품이 회수되면서 완성을 할 수 있었다. <아마벨>이 설치 된 후도 많은 가십거리가 되는데, 아무리 유명 작가의 작품이라고 하지만 대중이 보기엔 고철덩어리로 밖에 안 보인다는 것이다. 강남 테헤란로 사거리에 고철덩이를 갖다 놓았다는 의견과 세계적인 작가의 예술작품으로 작품성이 뛰어나다는 의견으로 양분되었지만 여론은 지금도 부정적으로 보는 시선이 많다. 미술계 인사들은 <아마벨>을 주요 작품으로 보겠지만 대중들의 눈에는 보기 흉한 고철덩어리로 보일 수 밖에 없을 것이다. <아마벨>이 대중들과의 공감을 받지 못한 것은 처음부터 공공에 대한 고려가 없이 제작된 점을 들 수 있다. 당시에는 포스코를 상징하는 철을 가지고 세계적인 유명작가의 작품을 설치하는 단순한 생각에서 시작되었기 때문이다. 십여 년이 지나 지금처럼 공공미술에 대한 많은 이해와 관심이 없었던 시기에 설치된 예술작품이다. 그런 점을 들어 <아마벨>은 공공미술로 평가하는 것보단 예술적 가치를 부여해서 이해해야 할 작품이다.


아니쉬 카푸어, <클라우드 게이트>, 2006


최근 미술시장에서 자주 등장하는 뉴스에는 공공미술에 대한 이야기가 끊임없이 대두되고 있다. 그만큼 대중들의 문화적 관심은 상당히 높은 수준에 있다. 그렇기에 지금의 공공미술은 기획에서 부터 대중들을 위한 미술을 전제로 접근을 해야 하는 것이다. 미술작품을 가져다 놓고 공공을 위한 작품이라고 설명한다는 건 그만큼 대중들에 대한 배려가 없는 작품으로 치부될 수밖에 없기 때문이다. 대중성이 결여된 작품이 진정한 공공미술의 역할을 할 수 있는지는 진지하게 고민해 보아야 할 문제이다. 또한 예술작품과 공공미술은 서로 다른 시각에서 접근해야 할 것이다. 단순히 예술작품을 설치하는게 아니라 그 장소에 대한 공공적인 역할을 우선시 하여, 제대로 된 공공적인 예술작품의 역할을 다할 수 있는 작품이 설치되는 지를 가장 중요시 해야할 것이다.


지금은 공공미술 하나가 도시 미관을 아름답게 꾸미는 예술작품의 역할을 넘어 도시의 중요한 랜드마크로 거듭나고 있다. 시카고 도심 밀레니엄파크에 설치된 아니쉬 카푸어(1954- )의 <클라우드 게이트(Cloud Gate)>는 공원 내에서 가장 관심을 끄는 공공미술이다. 시카고 시민들은 애칭으로 ‘콩’이라 부르는데 그만큼 시민들의 관심이 많다는 증거이다. 이 작품은 기형학적 거울과도 같이 주변의 고층 빌딩들과 주변으로 몰려드는 사람들의 모습을 굴곡지게 비춰 주기 때문에 재미와 호기심을 자아내는 공공미술로 연간 5천만 명의 여행객들이 찾는 시카고의 랜드마크이다. 결론적으로 우리의 공공미술이 가야할 답은 시카고의 예를 들어 찾을 수 있다. 공공미술이 도시경쟁력이 되는 문화적 파워를 우리도 만들어 가야한다. 또한 공공미술은 대중들과의 소통에 실패하게 되면 좋은 평가를 받을 수 없다는 점을 유념했으면 한다.



- 최재승(1972- ) 고려대학원 미술교육 석사, 추계예술대 문화예술학 박사과정, 선화랑 큐레이터(기획팀장), 세계도자연구센터 연구원, 미술공간현 아트디렉터 역임. 2004년부터 현우조형예술연구소 대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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