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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8)늦가을에

홍순주

해 마다 11월은 각 대학의 졸업작품전이 연례적으로 열리는 시기이다. 대학의 졸업이 4년의 과정을 마침과 동시에 새로운 생활의 시작이듯 졸업작품은 수업기의 과정을 마무리하는 과정인 동시에 훗날 한 작가의 수업기 이후의 방향성을 파악할 수 있는 근거가 된다. 그래서 그 의미가 매우 크므로 각 대학의 교수와 학생들은 작품전 준비에 최선을 다 기울이는 것이다.

이 때 졸업반 실기실의 전등은 밤새도록 켜 있으며 그 방은 밤샘 작업의 열기로 가득 차 있다. 간혹 뒤늦게 철이 난 학생들도 이때만큼은 해쓱해진 얼굴로 부딘 붓질을 반복하며 애쓰는 모습은 안쓰럽기도 하지만 귀엽기도 하다.
최근 우리 대학과 교류 중인 중국의 북경 중앙미술학원 방문자에 의하면 중국에서는 재학생 전부가 졸업 후 그림을 지속한다고 한다.(물론 중국의 사회구조와 여건이 우리나라와 다르지만) 최근 그림에 대한 수요가 급증하여 공급이 수요를 만족시키지 못하는 실정이라 들었다.





반면 우리 학생들의 경우 졸업 후 바로 작가의 길로 가겠다고 할 수 있는 경우로 대학원 진학과 연계되며 그 숫자도 그리 많지 않다. 의지가 분명하지 않고서는 선뜻 전공을 계속하겠다고 말할 수 없는 것이다. 어린 나이에 자신의 재능에 대한 확신도 불확실한데 누구도 보장해 줄 수 없는 길이 이 길인 것 같다.

단지 그림 그리는 일이 다른 일하는 것 보다 좋아서, 삶의 우선순위를 그림 그리는 일에 두겠다는 너무나도 막연한 곳에 뜻을 두는 일이라 실용성(?)이 없는 길을 택하고 그 길을 가겠다고 함은 어찌 보면 무모하다고도 할 수 있을 것 이다.

문화의 발전은 그 나라의 문화정책, 지원체제와 직접적인 관계가 깊다. 그러나 최근 사회에서의 걱정스러운 일들이 그나마 문화행사에 대한 지원을 주춤하게 하고 있어 걱정스러울 뿐이다. 늦은 밤 불 켜 있는 실기실을 뒤로하며 저들이 하고 있는 작업들이 그들의 꿈을 실연케하는 초석이 되기를 바라는 마음이 들었다. 한 편 몇몇에게는 그들의 마지막 작업이 될런지 모른다는 생각에 집으로 돌아가는 나의 발걸음이 가볍지만은 않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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