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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동상과 환경조형물에 대한 단상

이종빈

작년과 올해에 걸쳐 내가 담당하고 있는 대학원 수업 중에 주변의 동상이라던가 환경조형물에 대해서 몇주간 집중적으로 연구, 토의한 적이 있었다. 학생들이 준비해온 자료를 토대로 그것에 대한 문제점과 바람직한 방향 등에 대해서 발표, 토의하는 형식이었는데 현장감 있게 찍어온 사진들을 보면서 새삼 경악하지 않을 수 없었다. 작품의 내용은 차지하고라도 관리 문제가 심각한 수준이었다. 조형물 주변에 화물을 적재해 아예 보이지 않는 것은 물론, 주변에 세워진 현란한 색깔의 각종 간판들로 인해 그 의미가 형편없이 축소되는 등 그 폐해가 말이 아니었다.




최근 어떤 작가는 십여년 전에 대구지역에 조형물을 세웠는데 먼지와 이물질로 덮여 무척 더러워진 작품을 그 작가의 작품을 애호하시는 분이 참다못해 회사직원들을 동원해 세척하고 보수했다는 얘기를 들었다. 그 작품을 소유하고 있는 건물주와는 전혀 상관이 없는데도 말이다. 이런 점으로 볼 때 지속적으로 관리하는 문제도 재고되어져야 할 사안이다. 또한 조형물이 설치될 공간에 대한 충분한 이해없이 실내조각을 단순히 확대한 작품들도 상당수가 있었다. 그것이 아파트 단지나 일반 건물 앞, 혹은 조각공원 등지에 환경과 맞지 않게 구분없이 세워져 보는 이로 하여금 조형물설치의 필요성을 도저히 못느끼게 하거나 낯설게 하고 있는 실정이다. <동상건립문제는 이제 변해야 할 시점이 되었다. 주로 위인이나 역사를 빛냈던 인물을 대상으로 세워지는 동상은 공간이 충분히 확보되어야 하고 주변 환경을 잘 조성함으로 학습장이나 문화공간으로 후대에 까지 잘 보존되도록 신경을 써야 할 것이다. 지난 6-70년대와 유신정권때 멸공, 재건, 진격의 슬로건으로 많이 제작되어진 동상들 중에는 지나치게 좌대를 높게 제작하여 거의 우러러 보기를 강요하다든가, 동상가까이 접근을 못하도록 주변에 철책을 해서 시민들이 감상하는데 거부감을 일으키게 하거나, 보수를 하려고 시퍼런색의 두꺼운 페인트 칠을 한 사례들은 재고되어야 할 것이다.
독일의 소도시 하르부르그에 있는 「유태인 학살을 위한 기념비」(납판으로 이루어진 거대한 기둥에 시민들이 나찌에 희생된 영령들을 위한 진혼의 글들을 새기고 장시간 동안 서서히 내려 앉아 종국에는 땅속으로 파묻힌다)라든가, 예일대 재학생 때인 약관 21세의 나이로 당선되어 마야 잉 린(Maya Ying Lin)이 제작한 워싱턴 국립묘지의 「베트남 참전 용사기념비」(수직적인 구조가 아닌 구릉위에서 편안하게 내려다 보는 수평적 구조로 단순한 오석판에 전쟁에 희생된 군인들의 이름만이 새겨진 조형물임)등은 기존의 동상의 설치개념을 새롭게 한 것들이다.
사실 우리나라의 조형물역사가 길지 않음을 생각한다면 이런 반성과 자각이 늦지 않았다고 할 수 있다. 작가들의 책임의식, 지속적인 연구노력 그리고 성숙한 작품성이 선행된다면 발전적으로 개선되지 않을까 생각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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