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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1)10년 전 유학생활을 할 때 이야기

최석호

지금은 모 대학의 교수로 일하고 있지만, 예전엔 가끔 전화해서 술 한 병은 꼭 들고 찾아오던 일본인 친구와 우연히 나누었던 대화가 있다.

밤 11시가 넘었는데 그 날도 술 한 병과 당시엔 구하기 쉽지 않았던 김치를 비닐봉지에 싸와서 내가 작업을 끝내길 기다렸다. 술을 두어 잔 마시니 몸이 풀려 오늘의 작업은 이정도로 마칠까 라고 생각이 들 때 그 친구가 '최 상?' 하고 부르며 질문을 하나 던져왔다. 어째서 작품을 만들 때 자를 사용하지 않습니까? 나무를 자르거나, 크기를 결정하거나 할 때 보통은 자를 쓰기 마련인데 그런 일에 자를 사용하지 않는 내가 꽤나 이상스럽게 보였던 모양이었다.





좋은 예가 없을까 하다가 흡연습관이 있는 그 친구에게 사각 케이스 안에 둥근 담배가 들어있는 담뱃갑을 예로 들어 이야기를 풀어나갔다. 머리는 소우주요 발은 땅이라는 말이 있다. 발은 사각으로 몸을 지탱해 주고, 머리는 우주같이 아주 무한대를 간다고. 사각은 인간의 마음을 안정시키지만 어디로 굴러갈지 모르는 둥근 것은 인간의 마음을 들뜨고 즐겁게 한다.





나는 그가 들고 온 술에 얼근히 취해, 누가 정해준 자 보다는 내 눈을 사랑하기에 자를 거부하고 내 눈으로 결정한다고 그 친구에게 이야기 해주었다. 그는 두서 없는 내 이야기가 참 재미있다며, 술 한 잔 더하자는 내 귀찮은 청도 두말 않고 들어주었다.

우리는 사각의 세계에서 태어나 사각의 세계에서 생을 마감한다. 하지만 사람의 상상력은 둥근 것에서 나옴에 틀림없다.


※ 최석호씨는 1994년 일본으로 건너가 오사카를 중심으로 활동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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