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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7)한사장님께 감사드리며

우무길


지난 3년 동안 작업실 없이 근무하는 학교에서 작업을 해왔다. 그 전에는 25평 남짓한 축사를 개조하고 천막용 비닐을 덮어 작업실을 삼았다. 교외라 작업실 소음 걱정 없이 8년이란 세월 동안 여름엔 땀 흘리고 겨울엔 손을 불어가며 작업해왔다. 나름대로 개조는 했지만 바닥이 기울어 진데다 지붕도 비닐로 친 것이라 고생이 많았다. 여름마다 찾아오는 태풍에 지붕은 힘없이 날아가 버렸고 그 때마다 다시 지붕을 쳐야만 했다. 좋은 작업실은 작가에게 없어서는 안 될 요건이지만 나는 오히려 이 작업실에서 더위와 추위를 견뎌가면서 오기와 열정으로 만든 작품들에 애착이 간다.

시에서 도로 확장공사로 그 작업실은 헐고 학교 미술실로 옮겨와 가르치는 일과 함께 작업했다. 미술실은 전 작업실 보다 넓은데다 더위와 추위에 힘들어 할 필요가 없었다. 하지만 작업 중 기계소리로 공부하는 학생들에게(대학입시 준비) 방해가 되고 또 먼지가 빠지지 않아 작업하는 공구와 재료와 작품에 제한이 많았다. 그 때문에 미술실에 있던 3년 동안 많은 구상이 있었지만 하고 싶은 작품이 스케치북에 잠재워 두어야만 했다. 그러던 중 올해 1월경에 작품재료로 쓰는 철판을 공급받던 한 사장님의 공장에 들리게 되었을 때였다. 한사장님은 평소 작업실 타령을 입에 달고 다니던 내 사정을 알고는 당신의 공장 옆에 쓰지 않는 건물이 있으니 작업실로 쓰면 어떻겠냐는 제안을 하셨다. 40여 평의 벽돌 건물이다. 두말할 것도 없이 얼른 받아들였고 도망하듯 학교 미술실 작업도구들을 챙겨 새로운 작업장으로 이사를 왔다. 이 작업실은 그동안 아쉬웠던 모든 것이 채워진 곳이었다. 그야말로 나에겐 호텔 수준이었다. 무엇보다 좋은 것은 바닥이 수평이라는 사실이었다. 마치 처음 결혼해서 신방을 꾸미듯 신나고 설레었다. 학생들에게 방해될까 번번이 작업시기를 놓쳤고 또 작업실 먼지 때문에 먼지가 나는 작업은 잠깐 잠깐씩 밖에 할 수 없었는데 새로운 작업실은 모든 것이 해결되었다.






나는 요즘 정신이 바쁘다. 3년 동안 쌓아둔 스케치북을 정리하며 어떤 작품을 먼저 할까 즐거운 고민에 싸여있기 때문이다. 마치 맛있는 뷔페 요리 앞에서 무얼 먹을까 하며 흥분된 모습으로 음식을 고르는 순진한 아이처럼 말이다. 새 작업실을 얻은 감격과 어떤 작품을 만들까 하는 즐거움에 푹 빠져 염치없게도 감사의 말을 잊고 있었다. 이 글을 통해서 한 사장님께 이 고마운 마음을 전하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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