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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4)언제나 그리운 땅 정선

박병춘






1988년 여름 어느 날 TV를 켰는데 마침 정선아라리를 소재로 한 특집 다큐멘터리가 방영되고 있었다. 두 명의 떼꾼이 뗏목을 타고 정선 아우라지를 출발해 동강과 남한강을 거쳐 마포나루까지 오는 옛날 뱃길을 재현하는 소재였다. 장마철 물이 불었을 때 한 달 간의 긴 여정 후 뗏목을 만들었던 나무를 팔고 다시 한 달을 걸어서 정선으로 돌아가는 과정을 촬영한 것이었는데 배경으로 펼쳐지는 풍경이 너무나 아름다웠다. 그날 밤 짐을 챙겨 청량리 역에서 기차를 탔다. 태백선 증산역에서 갈아탄 기차가 정선 나전역에 도착한 것은 새벽 3시 경이였다. 깜깜한 여름밤 여관도 여인숙도 없는 시골역에서 모기떼를 쫓으며 잠을 청하고 있는데 간이역 역장님이 말을 건넸다. 이런저런 자초지정을 얘기하자 대뜸 키를 건네며 역 건너편 관사를 가리켰다.
그렇게 친해진 역장님과 비번 날엔 공짜로 기차를 타고 정선시내 구경을 나가거나 여량에 있는 아우라지 유원지에 들러 동네사람들이 대접하는 막걸리로 술이 취해 노래를 부르며 관사로 돌아오곤 했다. 가족과 떨어져 지내는 터라 역장님도 사람이 꽤 그리우셨던지 정말 일주일을 가족처럼 지냈던 것 같다. 그리고 혼자 있는 날엔 근처의 풍경 좋은 곳을 찾아다니며 스케치를 하고 여행일지를 쓰면서 꿈같은 날들을 보냈다. 그런 인연으로 정선을 찾게 된 나는 그 후로 후배들과 학생들 친구들과 나의 사랑하는 아내와 아들까지 데리고 스케치를 하러 열심히 정선을 찾았다. 17년의 세월이 지난 지금 나는 정선의 풍경을 그리며 갈고 닦은 필과 획을 가지고 화가로서 40대의 인생을 맞이하고 있다.
그립다 그 시절, 그 역장님과 때 묻지 않았던 그 정선의 풍경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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