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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3)인체있는 풍경

이춘만

내 외모가 마음에 안 들었던 사춘기 시절부터 삶에 큰 희망이 없었던 기억이 난다. 군중 속에서 혼자 살 듯 산다고 늘 여겨왔던 나는 사교적이지 않은 이유로 해서 오는 전화도 없고 만날 사람도 별로 없다. 동시에 이웃들을 위해 쓸 수 있는 소임이 없다고 여기기 시작하면서는 일종의 불안감 같은 것도 가지게 되었다. 그런 와중에 내가 나를 지키기 위해 그나마 추구했던 완벽함 같은 것도 가지게 되었다. 그런 와중에 내가 나를 지키기 위해 그나마 추구했던 완벽함 같은 것이 있다면 항상 일기를 쓰고 하루의 계획을 세우고 엄격히 지키려고 노력하는 것이다. 처음에는 하루 계획을 세웠는데, 어느 때인가 1년 계획을 세우게 되었고 그 다음에는 3년 계획을 세우기 시작했다. 똥도 계획따라 눈다라고 농담도 한다.





말년에 접어들기 시작하면서는 임종을 얼마 멀지 않은 시점에 두고 있다는 생각에 한번 더 고립되어 타지 생활을 하면서 그 곳에서 작업을 하고 전시를 해봐야겠다라고 계획을 세우게 되었는데 그게 내년이다. 목적이나 의도는 없다. 그래서 편안하다. 군중 속에서 혼자 산다는 느낌으로 사는 것은 인간이 본질적으로 가지는 느낌일는지 모르겠지만 어쨌거나 그렇게 살다보니 어떤 때는 문명인이 아닌 것 같이 스스로 느껴질 때가 있다. 나는 산을 오르는 취미가 있다. 산과 들에서 생활했던 비문명인들은 돌과 나무로 무기와 기구를 만들고 농사를 지었다. 그리고 그들은 그런 본인들의 모습-인체를 동굴 벽화에 고스란히 남겼다. 그 인체는 내 작업의 모델이기도 하고 영감의 씨앗이기도 하다. 조상들의 모습과 내가 연관지어져 있다고 하는 사실은 인간의 씨앗이 어디에서 비롯되었나 돌이켜보게 하는 지혜를 배우게 한다. 우리 모두는 씨앗에서 나왔고 거기에 예술이 있었고 그런 우리는 또다시 예술의 미래를 만들게 되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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