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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2)풍경화에 대한 추억

박일용

작가라면 누구나 작업에만 전념할 수 있는 전업작가를 꿈꾼다. 하지만 과연 우리 현실에서 얼마나 많은 작가들이 여기에 해당될까?




지금도 나는 대구에 사는 P씨를 잊지 못한다. 무명시절 처음으로 작품을 구입한 (나중에 P씨와의 만남으로 알게 됨)것이 인연이 되어 훗날 우연히 화랑에 들렀다가 화랑주의 소개로 P씨와 술자리와 함께하는 관계가 되었다. 당시 은행의 홍보 부장으로 재직하고 계셨는데 자신만만함 속에 다소 거만해 보이기도 했지만 속정이 있는 따뜻한 분이었다. 당시 난 지금 작품과는 영 딴판의 작품을 하면서 생활비 한 푼 제대로 못 버는 초라한 가장이었다.
그래도 내 작품에 대한 자부심으로 근근이 버텨가고 있었는데 그러한 내 모습이 안돼 보였는지 그 해 은행 달력에 당시 유망하고 잘 나가는 작가들 틈에 나에게도 풍경화를 그려줄 것을 요청해왔다.

결국 그 일을 수락하여 현재의 내 모습이 있게 되었지만 당시 나는 그 일을 거절했었다. 지금 생각해보면 컬렉터가 소장하기에는 참 난해한 그림을 그리면서도 금전의 유혹에 풍경화를 그린다는 것은 내 자존심이 허락하지 않았던 것이다.
이에 P씨는 의외라는 듯 “프로작가는 작품으로 말하고 작품으로 살아간다” “진정한 프로라면 어떠한 그림도 소화시킬 줄 알아야 한다”는 말로 내 자존심을 건드리며 오기로도 그 일을 하도록 했고 난 오랜만에 풍경화를 그리게 되었다. 그 후 여러 기획초대전에 초대되면서 화가이기 전에 한 가정을 책임지는 가장으로서 역할을 조금이나마 하게 되면서 내 생각의 짧고 모자람을 P씨를 통해 깨우쳤으니 늘 고마운 마음을 가지고 살아가고 있다.

※박일용씨는 1984년 대한민국미술대전 대상 수상작가이며 현재 한국미협 서양화 2분과위원장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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