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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82)개발의 최대 피해자

김춘옥

글이 있는 그림(82)


쿵, 쾅, 쿵, 쾅 하루 종일 시끄럽다.
아파트 공사를 위하여 파일을 박는 소리다.
쿵. 쾅. 오늘도 어김이 없다.
일이 손에 잡히지 않는다. 짜증이 난다.


내가 사는 동네는 개발이 한창인 한강 신도시 안에 있다. 아담한 모담산을 뒤에 두고 앞엔 훤히 트인 넓은 들판이 있어 우선 눈이 시원하고 가슴이 확 트이는 이 동네는, 선선한 바람이 그 넓은 들판에서 모담산으로 불어와 여름에도 에어컨을 켜지 않는다. 또 남향인데다 뒷산이 마을을 감싸고 찬바람을 막아 주어 겨울에는 아늑하고 따뜻하다. 논두렁에서는 해마다 겨울이 되면 찬 겨울바람을 피하려고 모여든 까마귀떼가 소란을 피운다.

연두 빛 안개비가 봄소식을 전하면 앞 논과 습지에서는 개구리 울음소리가 청아하고 희고 우아한 자태의 백로는 긴 부리로 먹이 사냥에 여념이 없다. 모내기가 끝난 들녘은 초록으로 물들고, 농로에 줄서기를 잘한 콩들이 영글을 즈음이면 벼 익는 냄새가 풍요롭다. 온 들판은 황금빛이다. 억세 풀을 꺾는 한가로운 모습의 삶의 여유를 느낀다.

내가 살던 동네의 모습은 이런 것들 이었는데, 언제인가부터 소란스러운 공사장으로 바뀌었다. 쿵쾅거리는 소음하며, 덩치 큰 트럭들이 개미떼처럼 쉴새없이 들락거리더니 삽시간에 온 들판을, 논이며 밭이며 습지까지 모두 메워 버렸다. 삭막하기 그지없는 동네가 되고 말았다. 그런데 생각해보니 논과 습지에 살던 온갖 생물들, 수많은 곤충들과 개구리, 이름을 알 수 없는 작은 물고기들은 어떻게 되었을까? 모두 결국은 생매장을 당하고 만셈이 아닌가? 어디에 하소연 한마디 못하고... 나는 나 자신을 개발의 대단한 피해자라고 생각해 왔었는데, 정작 개발의 최대 피해자는 바로 이들 미물들이 아닌가 싶다. 이들도 생명이 있는데 너무 한가한 생각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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