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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81)산에서…

김준권

글이 있는 그림(81)


충북 진천에 내려와 둥지를 틀고 살아 온지 십수년이나 되었다. 내가 사는 진천 백곡면은 굽이굽이 산자락 아래 옹기종기 마을을 이루고 살고 있는 작은 마을이다. 경기도 안성과 충청남도 천안을 잇대어 있는 삼도 접경지역인 이곳은 한남정맥(차령산맥)의 바로 남쪽이라 강원도처럼 높은 산은 아니지만 겹겹이 쌓인 산이 병풍처럼 드리워져 있다. 하긴 우리나라 어디를 가나 굽이굽이 온통 산촌 아닌 곳이 얼마나 있는가? 요즈음은 동네 작은 산도 사람의 발길이 닿지 않아 쉽게 다닐만한 곳이 없이 수림이 우거져 울창하여 좋다. 짙은 녹색의 산림을 늘 보며 산다는 것은 참으로 고마운 일이다.

수년 전부터 이웃 중국을 다니며 새로 느낀바가 많다. 요즈음 내가 주로 다니는 북경, 그리고 인접지역인 천진은 그 종단 길이가 200km쯤 된다. 우리나라로 치면 서울에서 대전가는 거리는 족히 될 듯 싶은데 고속열차를 타면 민둥산 하나 안 보이는 끝없는 평원이다. 한 시간 남짓 걸리는 시간동안 차창 밖을 보면 솟아 있는 것은 아파트와 고압철탑, 전봇대 그리고 줄지어 가지런히 심은 미루나무, 버드나무등속이 전부다. 지루하기 그지없는 여행이며 일상이다. 거기에 사는 그 많은 사람들이 산수화 한폭 쯤 집에 걸고 싶은 마음을 알 것 같다. (이른바 중국의 수도권인 북경과 천진의 총인구를 합치면 2천5백만이 넘는 것으로 알고 있다.) 한평생을 그 곳에서 산 중국인 친구가 몇 해 전에 이곳에 들러 묵고 간 적이 있는데, 나보고 신선(?)처럼 산다고 했던 말이 새삼 생각이 난다. 그렇다면 우리나라 사람 3분의 2는 다 신선처럼 산다고 말해줬다.

요즈음 여러 곳을 다니다 보면 곳곳에 국도가 동서남북으로 잘 놓여 있는데, 특히나 산이 많은 지형을 교량으로 터널로 중산간길을 교묘하게도 열어젖혀 놓은 곳이 많아 높은 산을 오르지 않아도 산을 새롭게 조망하며 다닐 수 있는 곳이 너무도 많은 것 같다. 이 작품은 근래에 그 여정에서 만난 나의 일상의 기록의 한편이다. 이렇듯 많은 녹색의 산이 드리워진 곳에서 살고 있다는 것이 얼마나 행복한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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