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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2)동백꽃

강종열

붓끝에 물감을 묻혀 으깨고 짖 누른지 결코 짧지 않은 세월, 내 삶의 흔적이 몇 억 만개 터치로 캔버스에 덕지덕지 발라진 수많은 그림 중 몇 점이나 빛을 바라고 있는지?

일상에서 보고 만나는 하찮은 사물일지라도 무심코 흘러 보내지 않고 언제나 경의롭고 신비스럽게 느끼는 감정과 사물의 관계, 색의 조화 등등 미적 형태로 해석하려는 습성이 아직 식지 않는 정열로 남아서 그림의 원천으로 밑거름이 되고 있어 다행으로 생각한다. 요즈음 나는 바다와 동백 등을 주 소재로 작업을 하고 있다.

겨울이 되면 대부분의 나무들은 나뭇가지만 앙상하게 남겨놓고 봄을 기다리고 있어 삭막함을 더하기만 한다. 겨울에 피는 동백은 초록 외투를 두껍게 두르고 속살 예쁜 꽃망울을 터뜨리면서 새 생명의 탄생에 열을 올리고 있을 뿐 아니라 강인한 인내와 침묵으로 겨울을 이겨내고 있다. 여수동백을 그린다는 것은 바다와 빛, 시간과 공간, 인내와 순수한 마음으로 내 자신을 그리고 있다 하겠다.
<원색과 보색 대비를 즐겨 사용하는 내 성격의 그림 스타일과 맞지만 동백꽃의 ‘오직 내 사랑을 그대에게만’ 의 꽃말처럼 정조를 지키기 위한 여인네 마음처럼 선홍빛 꽃잎들이 꽃 수술을 감싸고 있다가 어디선가 날아든 꿀벌 한 마리에게만 자신의 영역을 허락하고 활짝 핀 다음에는 초라해져 가는 자신의 모습이 싫어 작열하게 자신을 대지 위에 던져 마지막을 땅위에서 흥건히 붉은 색으로 물들인 채로 생을 마감하는 동백꽃의 멋진 모습에 매료될 수밖에 없다.

또한 나는 동백을 그리면서 여태껏 살아온 내 기억 속에 저장되어 있는 삶의 흔적들을 하나하나 풀어내어 동백꽃의 자국으로 남기를 바라고 있다.






동백꽃
살오른 금풍생이 장작불에 잘 구어 먼 길 더디게 오시면서
얼키고 지치는 삶, 한잔의술, 훈훈한 바닷바람에 뛰어 보고 싶지 않은가
치렁치렁 초록 치마에 연지곤지 찍은 새색시 수줍은 미소가 그립지 않은가
여수 동백꽃은 늘 그랬듯 이 겨울이면 옷매무시 풀어 자네를 맞이 할 준비를 하고 있다네.

08. 겨울 동백나무 앞에서


- 강종열(57세)씨는 여수에서 활동하는 작가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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