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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아트페어의 시대에 비엔날레를 생각하다

천윤희 (광주비엔날레 전시팀)

 2008북경아트페어와 예술촌을 방문하고
- 중국 경제 성장과 함께 예술 시장의 활황이 가속화되다



얼마 전 중국의 모 영자 일간지에 따르면, 린이푸(林毅夫) 베이징대 교수는 중국이 지난달 구매력 평가에 따른 경제규모에서 일본을 추월한 데 이어 조만간 미국도 따라 잡을 것이며, 20년 후에는 미국 경제규모의 2.5배가 될 것이라고 전망했다고 한다. 이 같은 경제규모 성장에 대한 세계적인 주목과 함께 더불어 중국은 지금 2008북경올림픽 준비로 북경 도시 전역이 대수술중이며, 하루가 다르게 미래적인 국제 도시로 탈바꿈 중이다.

이러한 중국 경제 시장에 대한 한껏 부풀은 기대심리 만큼 중국 미술 시장 역시 급속도로 확산되고 있다. 미국 미술시장 조사업체 아트프라이스닷컴(www.artprice.com) 통계에 의하면 2007년 중국은 사상 처음으로 프랑스를 제치고 미국, 영국에 이어 거래총액 기준 전세계 3위의 미술 시장이 됐다. 이러한 고조된 미술시장의 분위기 속에서 베이징아트페어China International Gallery Expostion (CIGE)는 중국 경제의 상징적 공간인 중국세계무역센터에서 지난 4월 25일부터 4일간 개최되었다.

지난 2004년 창설 이래로 아시아 최고의 국제아트페어를 자임하는 베이징아트페어에 올해 참여갤러리는 22개국 80여개에 이른다. 올해는 참여갤러리가 증가했음에도 불구하고 80%가 자국갤러리 들로 중국미술이 대다수를 차지하고 있다. 이는 오는 5월 23일 창설을 앞두고 있는 홍콩아트페어에 대한 기대심리가 반영된 탓도 있을 것이고, 작년부터 분리 독립되어 매 가을 개최되는 <아트 베이징>으로 관심이 분산된 이유이기도 하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북경아트페어 오프닝 날부터 작품 판매에 열을 올리는 다국적 콜렉터들과 갤러리스트들, 그 사이에 한국인들도 자주 마주치게 되는 것은 최근 국내에 불고 있는 중국미술의 열풍을 실감케 한다. 한편, 한 갤러리가 광주 출신인 이이남 작가의 영상미디어 전 작품을 구입하고자 해서 협상중이라는 관계자의 귀뜸은 인상적이다.

중국미술의 진수, 작가와 예술의 집적화된 예술촌에 있다
2007년 아트프라이스 닷컴에 의하면 작품 판매액 기준 '2007년 한해 동안 가장 잘 팔린 작가' 순위에서 최상위 100명 중 36명이 중국 작가였다. 생존 작가만 따지면 중국의 강세가 더 두드러진다. 장샤오강(3위), 위에민준(5위), 쩡판즈(6위), 자오우키(7위), 우관종(10위) 등 '톱 텐' 10명 중 5명이 중국 작가였다.이러한 중국 작가들의 약진과 함께 그 근원적 힘을 느끼게 하는 곳은 작가와 작품을 집적화해놓은 북경의 예술촌이다.

중국의 대표적인 예술촌인 다싼츠 798예술구는 군수품 공장지대를 개조한 베이징 제 일의 문화예술 중심지이자 관광지구다. <798스페이스>를 중심으로 갤러리, 아트센터, 작가 스튜디오, 디자인회사, 레스토랑 들이 모여 있는 이 지역은 미국의 첼시와 같은 국제적인 소호의 분위기가 난다. 실제로 외국 갤러리스트나 콜렉터, 관광객들을 쉽게 만날 수 있다. 또한 작가 작품가격표Price list나 작가 소개에 관한 프레스 릴리스 등 잘 갖추고 있다. 중국의 근대적 의미의 화랑으로 호주출신의 브라이언 월리스가 세운 홍문 화랑, 벨기에의 가이울렌스가 세운 울랜스 현대미술센터UCCA, 화이트 갤러리 등을 방문할 만하며, 한국 아트사이드갤러리와 갤러리 묵이 입주해 있다. 가장 인상적인 것은 예술구의 모든 곳이 공사중이라는 점이다. 한 달 사이에도 크게 바뀌어가는 이 곳의 풍경은 2008북경올림픽과 함께 급속도로 변해가는 도시의 공사 풍경과도 다를 바 없다.

환태 이수청은 기차를 시운영하는 철도청 원형 철도 구역안의 물류기지를 재개발한 곳으로 주로 작가 아틀리에가 모여 있는 곳이다. 이 곳은 특히 조선족이 합작하여 만들었는데, 그 창설 멤버인 김남오 작가와 2002광주비엔날레 참여작가인 최영기 작가의 스튜디오가 인상적이다. 한편 많은 한국작가들이 입주를 시도하나, 임대료와 전기세 등 고가인 점과 일종의 작가 커뮤니티에 진입하는 보이지 않는 요인들이 결합되어 쉽게 적응하지 못하는 경우가 많다고 한다.

또한 이과도주 양조장 지대를 계획적으로 재개발한 지우창 예술구에는 한국 아리라오 베이징 갤러리 1,2,3관이 모두 개관하여 좋은 전시와 작품으로 선전하고 있다. 차오창디 지역 예술구에는 최근 PKM 갤러리, 두 아트 베이징이 입주 했으며 점차 갤러리와 작가 스튜디오가 대형화되어 구역을 나누어 성장세에 있다.

한편 쑹쫭 예술단지는 가난한 작가들이 가장 먼저 모여든 베이징에서 가장 큰 예술가촌이기도 하다. 퉁저우구 소보촌 광대한 농촌지역에 수 천 여명의 작가들이 흩어져 살고 있다. 중국의 3대 작가라고 불리우는 팡리 준과 위에민준이 이 곳 에서 작업하고 있다고 한다.

아트페어의 시대, 비엔날레를 생각하다
함께 여행에 동반했던 20년 경력의 개인 콜렉터의 이야기다. 오랫동안 좋아한 H의 현대미술 작품을 최근에 구매하고자 작가와 구체적인 대화까지 오고갔단다. 저명한 큐레이터들로부터 비엔날레 참여작가라며 좋은 평가와 추천도 받았단다. 이에 본인의 기호에 확신을 갖았으나, 결국 마지막에 작품 구입을 포기했단다. 왜냐하면 작품성은 인정받으나, 상품성이 떨어졌기 때문이란다. 미술에 학자적 애정을 가진 콜렉터임에도 불구하고, 그 역시 결국은 상품성, 즉 시장가치 앞에 무력감을 느꼈단다. 그 진솔한 고백 속에 시장가치로부터 온전히 자유로울 수 없는 현 미술계의 통렬한 현실을 보는 듯했다. 그리고 그는 질문했다. 아트페어의 시대에 비엔날레의 존재는 무엇이냐고. 이것은 질문이기 보다는 그의 자조적인 질문이었다고 나는 잠잠히 이해했다.

올해로 광주비엔날레 창설 14년째를 맞이한다. 1990년대 전 세계 비엔날레 조성 붐 속에서 아시아 최초로 시작된 이래, 여러 어려움을 극복해가며 이제 성숙기에 접어들고 있다. 최근 광주에서도 아트페어Art Fair에 대한 관심이 고조되며, 비엔날레를 대체할 새로운 그 무엇으로서 회자되기도 하는 듯 하다.
때로 ‘새로움’의 요소들은 과거부터 이미 공존해왔던 것에 창조적으로 재 명명된 것이기도 하다. 예술계는 근원적인 예술과 다양한 사회문화적 요소들이 공존하며 상호 보완적으로 결합되어 만들어지고 있는 운동성 있는 과정 그 자체가 아닌가.

예를 들어, 과학기술의 발전과 시대 정신에 따라 여러 멀티미디어 매체나 장르간 혼합 설치작업이 대세를 이룬 듯 보이지만, 회화와 조각 등 예술의 가장 근원적인 작업은 꾸준히 존재해왔으며 그 상호 영향력 속에 새로운 예술이 성장한다. 더불어 과거의 미술을 시대사적 맥락과 현대적 의미들로 조망하며, 연구, 보존, 교육하는 ‘미술관’과 ‘비엔날레’라는 현대미술을 통해 미래의 예술문화담론을 창출해가는 국제현대미술전시 제도 역시 공존하며 상호 관계 속에 성장 발전해간다.

정치의 시대에서 ‘경제’의 시대로, 21세기는 문화의 시대라고 한다. 경제 역시 문화의 옷을 입어야 하는 자본주의의 시대에 ‘미술시장’ 으로의 관심은 필연적일 것이다. 더불어 예술은 사회와 밀접한 관계를 맺고 있는 만큼 넓은 의미의 예술계가 자본주의로부터 자유로울 수는 없을 것이다.

그러나 ‘미술시장’이 꽃피울 수 있는 토대에 대해 우리는 상기해야 하지 않을까. 미술시장 한 전문가는 중국미술의 거품에 대한 우려를 표하며 기존 미술에 대한 연구와 ‘비엔날레’와 같은 경험을 통해 굳건해지는 기초토대의 부족을 문제제기한 바 있다. ‘비엔날레’ 는 공공적인 전시 구조와 작업을 통해 예술의 창조성과 혁신성을 실험해볼 수 있는 거대한 예술매개공간이자, 시대를 창조해갈 독창적인 작품에 존재의 빛과 의미를 부여하는 교육적인 공간이다. 아트페어는 경쟁자가 아니라, 상호 공존하며 예술생태계를 보다 풍요롭고 가치 있게 만들어갈 또 하나의 동반자이지 않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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